영화

흔한 듯 흔하지 않은 사랑이야기, <윈터스 테일>

YYEOOOON 2016. 1. 14. 19:54



누구보다 빛이 나도록 아름답고 어리지만 곧 죽을 날이 멀지 않은 여자와 부모가 누군지도 모르고 도둑질이나 하며 살고 심지어 무서운 조직으로부터 쫓기는 남자. 이 둘의 사랑은 참으로 흔하고 별 볼 일 없는 스토리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영화 <윈터스 테일(Winter's Tale, 2014)>은 나름 이 흔한 이야기를 흔하지 않게 풀어냈다. 이 영화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원작은 미국의 작가 마크 헬프린이 1983년 발표한 작품이다. 작품이 발표된 후 30년이 넘도록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랑과 극찬을 받아온 작품이기 때문에, 아마 영화로 각색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본인은 원작을 읽지 않았기 때문에, 원작과 영화와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 말할 수는 없으므로 영화로써에 대해서만 말하고 싶다.


영화의 배경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1895년, 1916년)의 뉴욕과 2014년의 뉴욕으로 나뉜다. 남자 주인공인 피터(콜린 파렐 역)은 도둑질로 생활을 하는데, 자신을 키운 펄리(러셀 크로우 역)를 배신하고 그의 일당들에게 쫓기는 과정에서 신비로운 존재인 날개달린 말을 만나게 된다. 그 말을 타고 도망치다가 한 부잣집에 이르게 되고 그곳에서 마지막 도둑질을 한 후 도망 가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그 집에는 너무나 아름답지만 폐결핵으로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여자 비버리(제시카 브라운 핀들레이 역)가 있었고, 바로 이 둘이 첫 만남이 이루어 진다. 둘은 서로 너무나 다른 환경에 있다는 것을 알지만, 강한 끌림을 느끼게 된다. 이 때 펄리는 어떤 환영을 보게 되는데, 그것이 비버리일 것이라고 짐작하고 그녀를 찾아 나선다. 그 후 피터는 비버리를 찾아 온 펄리로부터 그녀를 구하고, 둘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 둘의 사랑이 자신에게 해가 될 것이라고 감지한 펄리는 부하를 시켜 비버리를 죽이도록 한다. 결국 비버리는 피터 곁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그리고 피터는 펄리에게 머리를 맞고 강에 떨어진다. 그는 다시 살아 올라오지만 모든 기억을 잃고 늙지 않은 채로 2014년까지 살게 된다. 100년 가까이 살아오는 시간동안 자신이 누군지 알지도 못한채 살다가 한 소녀를 만나게 되는데, 그 때 비로소 자신이 누군지 기억해내게 된다. 그리고 자신과 펄리가 봐왔던 환영이 비버리가 아닌 그 소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기적을 만들어 낸다.


영화의 간단한 줄거리만 보면, 어느 나라의 동화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 동화가 단순히 키덜트들이 좋아할 만한 동화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은 배우들의 연기와 감독의 연출력으로 부터 확인 할 수 있다. 우선 배우진이 나름 알짜배기라고 할 수 있다. 콜린 퍼렐, 러셀 크로우, 제니퍼 코넬리, 윌 스미스 등 화려한 배우들이 단조롭지 않은 연기로 스토리를 뒷받쳐 준다. 영화의 스토리 자체가 화려하거나 관객으로 하여금 눈을 뗄 수 없는 박진감 넘치지는 않지만, 순수하고 신비로운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데 배우들이 한 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러셀 크로우가 주연한 영화 <뷰티풀 마인드(Beautiful Mind, 2001)>의 각본을 맡아 아카데미 각본상을 거머쥔 아키바 골즈먼의 연출을 했다. 각본에 있어서는 아주 실력이 뛰어난 감독이라고 할 수 있는 그는 원작을 새로이 각색하여 뉴욕이라는 흔한 배경이 아주 신비롭고 색다른 분위기로 등장시킨다. 스토리, 배우, 연출 3박자가 생각보다 고루 섞여 잔잔한 슬픔의 감정선을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원작을 읽었더라면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어떤 부분이 각색되어 더 나은지도 알 수 있었을텐데, 글을 쓰다보니 그렇지 못한 점이 아쉽게 느껴진다. 하지만 원작을 뛰어넘는 영화는 보기가 힘들다는 것을 알기에, 이번을 계기로 하여 소설도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