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죄를 사하노라, <검은 사제들>
중학교 졸업한 이후로(그 시절 중학교 때는 방학이 다가오는 단축수업 기간이면, 하루에 한번씩은 영화를 보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럴때면 어김없이 공포 영화를 틀어주곤 했다.) 본인은 한여름 한낮에도 공포 영화는 돈을 받고 보라고 해도 보질 않았던 사람이다. 그런데 강동원이 나온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심지어 극장에서 나홀로 돈을 내고 공포 영화를 보고야 말았다. 아마 대한민국의 수많은 여성들이 공포 영화의 트라우마를 무릅쓰고 라도 그를 보러 친히 극장으로 달려가고 있지 않나 싶다. 하지만 단순히 잘생긴 꽃미남 배우를 보러 일인당 만원돈이나 내며 영화를 보지는 않을 것이다. 영화의 평이 생각보다 좋다. 인터넷에 올라온 수치를 모두 곧이 곧대로 믿을 수는 없으나 오차를 감한다 할지라도 8.56이라는 평점은 꽤 높다고 할 수 있다.(물론 기자와 평론가 평점은 6.25지만, 그들이야... 더 말해 무엇하랴) 오컬트, 엑소시즘, 카톨릭, 사제. 이런 소재들은 확실히 한국 영화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내용들이다. 특히나 엑소시즘을 직접 다룬 영화는 <검은 사제들>이 처음이라고 하니 모험 정신이 없고서야 쉽게 도전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어떤 한 인터뷰에서 배우 김윤석은 이런 말을 했다. "이 영화는 우리 밀로 만든 정통 이탈리안 피자 같은 영화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이 말의 어떤 부분이 공감되고 어떤 부분이 어폐가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2015년 서울, 뺑소니 사고를 당한 후부터 이상한 증상에 시달리는 소녀 영신(박소담)이 있다. 그 소녀를 아끼던 김신부(김윤석)는 영신의 몸 속에 악마가 있다는 것을 감지하고 그녀를 구하기로 한다. 하지만 여러 차례 시도에도 실패. 그렇게 6개월이 지난 후 김신부의 엑소시즘 행위를 돕다 자신도 해를 입는다고 느낀 부사제들이 모두 떠나고 김신부는 자신을 도울 부사제를 새로 뽑게 된다. 최준호(강동원)는 가톨릭 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졸업반 학생으로 어릴 적 트라우마로 속죄하는 의미로 신부의 삶을 살려고 하지만, 언제나 문제아적인 행동을 하는 학생이다. 학장으로부터 김신부를 감시하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살펴보고 오라는 지시를 받은 최부제는 김신부를 따라 영신네 집으로 간다. 그렇게 명동 한복판에서 한 소녀를 구하기 위한 그들만의 리그가 시작된다.
영화를 보고 느낀 점은 생각보다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그다지 강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물론 소녀의 몸속에 있는 악마? 악귀?를 표현하기 위해 박소담이 목소리를 변조하거나 표정을 만드는 연기는 가히 공포스럽다고 할 수 있으나, 40여년전 개봉한 영화 <엑소시스트>에 비하면 전혀 공포의 장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강동원이 한 인터뷰에서 말했듯이 시나리오 자체는 스릴러 형사물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실제 영화 속 대사에서도 악마를 범죄자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앞서 말했던 우리 밀로 만든 정통 이탈리안 피자 라는 표현을 살펴보면, 배경이 현재의 서울, 그것도 명동 한복판이라는 점과 주요 등장인물들이 모두 한국인이라는 점은 그야말로 우리 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통 이탈리안 피자는 과연 맞는 말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정말 외국의 엑소시즘을 다룬 영화를 그대로 따라하기만 했다면 이도저도 아닌 영화가 됐으리라는 것은 불보듯 뻔한 결과다. 외국 것을 따라한다는 이질감을 없애기 위해 구마(엑소시즘)의 제물로 돼지를 쓴다는 점, 무겁기만한 분위기를 완화 시킬 수 있는 장면을 군데군데 심어 놓았다는 점, 카톨릭이라는 종교의 본질 자체는 그리 깊이 파고 들지 않았다는 점 등의 노력은 칭찬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잘 조화롭게 이루어졌는가 하는 문제는 또다른 차원이라고 생각한다. 김윤석과 강동원이 <전우치> 이후 6년만에 만난 영화라며 그들의 캐미가 얼마나 조화로울지 계속해서 강조하는 것을 보면 영화 자체의 스토리로 홍보하기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었나 싶기도 하다. 물론 그들의 캐미는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본 관객들의 한 줄평이 "기승전강동원잘생김"이라는 것은 스토리의 빈약함인지 배우들의 캐미가 6년전에 머무르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할 것이다. 강동원의 잘생김을 그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그도 그럴것이 그는 이미 얼굴로만 먹고사는 배우가 아니기 때문이다. 6개월에 한번씩 출연 영화가 개봉하는 배우는 그와 비슷한 조건의 배우들 중에 아무도 없지 않을까? 게다가 매번 다른 캐릭터와 다른 연기를 보여주고 있으니 연기 잘하는 아주 잘생긴 탑배우라고 칭해도 아깝지가 않은 것이 바로 강동원이다. 이번 영화에서도 그가 성가를 부르며 걸어올 때는 마치 후광이 비춰지며 예수가 살아 돌아온 것 같다는 과장 아닌 과장의 말들을 하는 사람들도 허다하다. 이번 영화에서 강동원이 기승전"결"에 해당한다면, 영화의 또다른 발견은 배우 박소담 일 것이다. 한예종 연기과 졸업생으로 학교 다닐 때부터 동기 김고은과 함께 탑을 달리는 배우였다고 하니 그녀의 연기가 어색하지 않았던 것은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영화에 대해 찾다보니 장재현 감독은 검은 사제들이라는 영화를 오래 전부터 준비했다고 한다. 2014년 <12번째 보조사제>라는 동일 소재의 단편 영화를 만들어 호평 속에 마무리하고 이를 장편화 시킨 것이 <검은 사제들> 이다.(그 영화에서 강동원 역할인 보조사제 우리 선배인건 안비밀) 단편을 보지는 않았지만 <검은 사제들>을 1/4로 줄여 집약한 것이라고 예상해보면, 호평인 이유가 짐작된다.
최근 <검은 사제들>과 같은 주제와 소재를 다룬 영화들을 케이블 영화 채널에서 쉽게 볼 수 있는데, 그 중에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인 <콘스탄틴>도 방영했다. 그 영화 속에서 신부는 아니지만 엑소시즘을 행하는 콘스탄틴이 악마를 회개 시키는 고문(?)을 하며 외는 성경 구절이 있다. 요한복음 20장 21절부터 23절까지. 예수께서 또 이르시되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 같이 나도 너희를 보내노라. 이 말씀을 하시고 그들을 향하사 숨을 내쉬며 이르시되 성령을 받으라.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사하면 사하여 질 것이요 누구의 죄든지 그대로 두면 그대로 있으리라 하시니라. 이 구절이 딱 엑소시즘에 적합한 것 같다. 신부나 사제가 예수는 아니나 하나님의 백성에 봉사하기 위한 도구라는 사명을 갖고 있으니 이 영화나 다른 어떤 엑소시즘을 다룬 영화 속 신부들이 그렇게나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지는 않을까?(참고로 본인은 무교.)
여담이지만,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에 이 영화를 보고 말도 안된다며 분노한 개신교 신자들의 얘기를 어쩌다 엿듣게 되었는데, 그럴꺼면 보지를 마세요. 참 듣기가 거북할 정도로 기독교 입장에서 영화 비판 하던데...